밤 늦게 이 책을 읽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해야 할 일이 쌓인 다음날을 생각하면 일찍 자야 하는데, 엄마를 잃어버린, 게다가 몸과 마음 모두 성치 않은 엄마를 잃어버린 그 막막함 때문에 아주 늦게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차분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해 주시는 신경숙 님의 <엄마를 부탁해> (2008, 신경숙 지음, 창비 펴냄)는, 내 옆에서 곤히 잠든 아이의 숨소리와 함께 가슴 속으로 곧장 뛰어들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 1장은 작가인 큰딸을 너라는 특이한 인칭으로 부르며 서술된다. 아버지와 함께 서울에 오신 엄마는, 항상 앞에서 걸어가는 아버지를 따라오지 못해서 지하철역에 남겨진다. 아버지는 남영역이 지나서야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되짚어갔으나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