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마메, 그녀는 고급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가르치는 강사다. 그리고 그녀의 또다른 직업은 암살자. 그녀의 주특기는 작은 바늘 하나로 조용히 한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것. 그녀의 암살 대상자는 한 여자를 불행의 끝으로 몰고 가는 인간 말종의 남자들. 그녀가 최초로 죽인 남자는 그녀와 가장 친했던, 하지만 결국은 파탄에 이른 결혼생활로 인해 자살한 친구의 남편. 아주 가끔 처음 보는 남자와 섹스를 하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오직 한 남자를 향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덴고.


덴고, 그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강사이다. 그리고 그의 또다른 직업은 소설가. 그의 주특기는 청탁받은 원고를 써주거나 남이 쓴 소설을 리라이팅 하는 것. 최근 그에게 맡겨진 일은 십대 소녀가 쓴 <공기 번데기>라는 공모전 응모 소설을 리라이팅 하는 작업. 이 작업을 통해 그는 후카에리라는 독특한 소녀와 만나게 된다.   


"현실은 언제든 단 하나밖에 없어요." (p.23)
1984년을 살아가는 아오마메와 덴고. 과연 그들의 현실은 단 하나 뿐일까.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내가 알던 현실마저 조금씩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이 책의 마지막인 "24장 덴고"를 읽고 난 후 내 머리는 너무나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왔던 홀수 장 아오마메의 현실은 과연 진짜로 존재하는 것일까. 혹시 덴고가 쓰고 있다는 소설의 주인공이 아오마메는 아닐까. 두 개의 달은 이런 나의 추측을 더욱 부추긴다.


그리고 덴고의 또 다른 그녀 후카에리. 1984년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알고 있는 듯한 후카에리는 평서형으로 물음을 대신한다. 문득 드는 생각. 그녀의 물음에서 사라진 "? question mark"가 혹시 아오마메가 살고 있는 1Q84년 속의 "Q"는 아닌지.


그리고 소설 속의 소설인 <공기 번데기>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리틀 피플의 존재. 이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하루키는 <1Q84>에서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언급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 실제 1984년에 빅 브라더는 너무도 유명하고 너무도 빤히 보이는 존재가 되고 말았어. 만일 지금 우리 사회에 빅 브라더가 출현한다면 우리는 그 인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겠지. "조심해라. 저자는 빅 브라더다!" 하고. 다시 말해 실제 이 세계에는 더이상 빅 브라더가 나설 자리는 없네. 그 대신 이 리틀 피플이라는 것이 등장했어. 상당히 흥미로운 언어적 대비라고 생각지 않나? &hellip&hellip 리틀 피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야. 그것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이지,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조차 우리는 알지 못하지. 하지만 그건 분명하게 우리의 발밑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어" (p.501)


빅 브라?? 있는 존재이다. 하루키가 창조해설지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꾸며낸 이야기 속에 비쳐진 현실. 과연 현실은 언제든 단 하나뿐인 걸까.